쓰레기 모음집

바리바리 전설 (バリバリ伝説) - 시게노 슈이치(しげの秀一)

쓰레기 전문 번역가 2023. 4. 29. 08:40

 

 

 

 

 


바리바리 전설 (バリバリ伝説)


1983년부터 1991년까지 주간소년매거진(週刊少年マガジン)에서 연재된 바이크 만화.

국내에서는 '이니셜 D'로 유명한 시게노 슈이치(しげの秀一)의 장편 데뷔작이다.

롤링족(ロ-リング族, 고갯길 라이더) 고등학생 소년 코마 군이 공도 레이스부터 아마추어 레이싱팀을 거쳐 스즈카 8내구, MFJ(전일본로드레이스), 더 나아가 WGP까지 진출한다는 내용이다.

스토리 자체는 평범한 성장형 왕도물이었으나, 당대 유행하던 평범한 폭주족 만화와 달리 모터사이클 레이싱를 전문적으로 다룬 최초의 작품이었으며 서킷룰에 대한 설명이나 팀 크루들에 대한 묘사, 팩토리팀과 위성팀 간의 갈등을 실감나게 묘사한 것으로 유명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오토바이를 소재로 한 만화는 널리고 널렸지만 대부분 폭주족이 등장하는 로맨틱 코미디였고 이런 스타일의 구성을 가진 작품은 전무했었다. 

 

바리바리 전설이 히트하게 된 배경에는 당대 일본의 시대상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1980년대 중반, 일본은 자국의 오토바이 메이커인 혼다-가와사키-야마하-스즈키 4사를 통해 세계 오토바이 시장을 석권했다. 당연히 일본 국내에도 엄청난 내수수요가 있었고, 일제 4사는 경쟁하듯 매년 엄청나게 많은 수의 모델을 출시하였다. 당시 일본에서 오토바이에 대한 열기는 세대를 가리지 않고 엄청났다. 학생, 어른, 주부, 노인을 할것 없이 많은 이들이 생계를 위하여, 혹은 취미활동으로 각양각색의 바이크를 탔기 때문에 사회 전반에 바이크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었다.

 

그 시절 일본 젊은이들에게 바이크란 '청춘의 상징' 그 자체였다. 특히 남학생들에게는 중학교 3학년이 되면 면허 교습소에서 보통이륜 면허를 따고 400cc 미들급 바이크를 타는 것이 로망으로 여겨졌다. 이는 고등학생들이 주축이 된 폭주족과 롤링족이라는 엄청난 사회문제를 야기했다. 물론 코마처럼 순수하게 서킷을 달리며 WGP 챔프를 꿈꾸는 청소년들도 많았다.

 

세계 유수의 모터사이클 레이스에서도 일제 바이크의 입김은 대단했다. WGP에서 혼다와 야마하는 그야말로 언터쳐블의 위상을 구가했고 케니 로버츠, 프레디 스펜서, 웨인 레이니, 케빈 슈완츠 같은 내노라 하는 선수들이 혼다와 야마하의 머신을 타고 서킷을 누볐다. 간단히 말해 80년대는 일본 바이크문화의 황금기였다.


바리바리 전설은 이런 시대적 배경을 발판 삼아 대히트를 쳤다. 작품은 총 3부 38권의 나름 긴 볼륨을 자랑하며, 2018년 기준 총 판매부수 2600만부를 기록했다. '기린' 같은 바이크 만화 뿐만 아니라 'F', '카페타'등 모터스포츠를 배경으로 하는 만화들은 전부 이 작품이 깔아놓은 토양 아래 태어났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일본의 바이크열풍은 1984년을 기해서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던 시점이었는데, 바리바리 전설의 흥행을 기점으로 다시 되살아났다. 오죽하면 문 닫을 위기에 쳐했던 후지 스피드웨이가 다시 흑자전환을 했을 정도였다.

그 시대를 관통했던 작품답게 업계 유명인들도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머플러 브랜드 '요시무라'의 오너였던 팝 요시무라, 요시무라 히데오도 등장했고 WGP가 배경인 3부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선수들 외에도 에디 로손, 웨인 가드너, 론 하슬람, 지아코모 아고스티니 같은 모터사이클 레이스의 레전드들도 출연한다.

 

 

 

 


특히 주인공 코마가 탔던 혼다 CB750F는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다만 80년대 고등학생이 750cc를 몬다는 설정은 꽤나 비현실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코마의 쇼에이 헬멧 역시 군헬(グンヘル)이라고 불리며 '비트'의 정우성 헬멧마냥 동경의 대상이었다.  다만 쇼에이에서 정식으로 판매하던게 아니라 커스텀 데칼이었다. 당시 일본 전역의 헬멧 커스텀샵들에 제일 많은 오더가 들어왔던 데칼이 바로 이 헬멧이었다.

 

 

 

 


1986년에는 1부의 내용을 각색하여 OVA로 출시되기도 했고 가정용 콘솔게임, 심지어 파친코 슬롯머신으로도 나왔다.




 

 


대한민국에는 2003년 시공사를 통해 정식으로 출판됐다. 다만 저조한 판매량 탓에 8권까지만 정발된 뒤 낙태(발매중단) 당해 버렸다. 일단 만화 자체가 당시 기준으로도 오래 전 작품이다보니 이미 눈높이가 높아진 한국 독자들에게 스토리와 작화가 유치해서 어필하지 못했던 점도 있고, 그나마 마케팅으로 써먹을만한 '이니셜D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캐치프레이즈는 하필 이니셜D의 한국어판 판권을 라이벌 회사였던 학산에서 가지고 있던 탓에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출판직후 인지도는 바닥을 쳤으며, 국내 바이크 커뮤니티에서도 잊혀져 버렸다. 현재도 이 만화가 한때 한국에 정발됐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제목에 들어가는 단어 바리바리(バリバリ)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가설이 있다.

규슈 사투리라는 설, 광고 CM에서 비롯됐다는 설, 오토바이 배기음에서 유래됐다는 설 등등... 하지만 이 중에 정설은 없다. 확실한 것은 이 단어가 1980년대 초반 일본 10대들 사이에서 잠깐동안 유행했던 단어라는 것이다.  그 시절 학창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의 증언으로는 행동의 빠른 기세나 속도를 바리바리라는 말로 표현했다고 한다. (ex: 오늘 아주 바리바리 해버리자!) 그 때문에 폭주족들이나 롤링족들이 자주 사용했다. 정리하자면 작가는 그냥 당시 유행어를 이용하여 제목을 지었던 것일 뿐. 하지만 오늘날까지도 인터넷에 바리바리의 어원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이 단어가 한국 오토바이 커뮤니티로 넘어오면서 오토바이를 타러 간다는 뜻의 단어, '바리'의 어원이 되었다는 가설이 존재한다. 



 

 



참고로 작가는 이 만화를 통해 난생 처음 인세를 받았는데, 그 돈으로 처음 했던 일이 바로 토요타 매장으로 가서 차를 한대 뽑은 것이었다. 그 차가 바로 당시 막 출시되었던 AE86. 작가는 그날 밤 동네 고갯길에서 조작미숙으로 가드레일을 쳐박고 차를 말아먹었고 말았다. 이니셜D는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하게 됐다고 한다.

 

 

맛보기로 5화까지만 함.